독서감상문 : 지리의 힘
“강대국들은 전쟁이 발발할 날을 준비하느라 평시를 보낸다.”
Ⅰ. 독후감
저는 이 책을 지나다니면서 여러번 봤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면 항상 이 책으로 탑을 쌓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책이기도 하고 잘 팔리기도 하니 교보문고의 푸시를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중심 주제는 지정학입니다. 국제정치를 지리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는 평소에 국제정치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보긴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이 으레 그렇듯 깊게 생각할 거리가 되지는 못 했습니다.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의 해양 진출,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의 교두보다 된다는 것 정도는 들어봐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지리가 어떻게 이 세계의 모양을 결정할 수 있는지는 생각도 못 해봤었습니다. 그래서 지정학에 대해 좀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은 각 국가별, 지역별로 그 나라의 지정학적 사정에 대해 서술합니다. 목차를 보면 제일 먼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지정학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들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데 지정학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동북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 순으로 기타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설명합니다. 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이 지리와 상호작용을 하며 생존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강대국이 개입하는 양상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전반의 강대국 파트는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동북아시아 파트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한반도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후반부 강대국이 아닌 지역 국가들이 나오는 파트는 한국과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이 많아 그닥 열심히 읽지는 않았습니다. ㅋㅋ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내용에만 관심이 있다면 5장까지만 읽어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제가 이해한 내용을 제 마음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책에서는 국가·지역별로 나뉘어 서술했는데요. 여기서는 제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만 골라내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지니 완성하기가 힘이 들어서 대폭 줄인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Ⅱ. 지리가 우리에게 가하는 힘
우리는 평화로운 삶을 살면서 전쟁이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여러 국가들과 영해를 놓고 갈등을 하는 이유, 미국이 중동에 군대를 파견하면서까지 깊게 관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이것이 단순히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뿐 그 행동의 깊은 이유에 대해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제정치란 수십억 인구의 평화와 안녕이 걸린, 판돈이 상당히 큰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최상위 대학에서 공부하고 엘리트 사이에서 경쟁하여 최고에 올라선 사람들입니다. 세계인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기밀정보, 복잡한 정치학 이론 등 스케일이 다른 공방이 벌어지는 판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쉬운 길이 있습니다. 어떤 게임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연히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겠지요. 국가들간에 벌어지는 게임에서 규칙은 무엇일까요? 미국이 제아무리 강력한 우주급 군대를 가졌어도, 중국이 얼마나 많은 인구를 가졌든, 강대국에게나 약소국에게나 똑같이 위력을 발휘하는 공정한 규칙. 그것은 바로 자연의 법칙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작용하는 보편적인 규칙입니다. 그 누구도 이 법칙을 거스르고 편법을 쓸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 국제정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지리입니다. 거대한 산맥이 길을 막고 있으면 제아무리 미군이라도 이를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넓은 사막에 의해 세계와 단절된 지역들은, 비행기가 발전한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통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지리가 주는 제약을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지리를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지리가 가진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면 모든 강대국들이 지리가 그려놓은 판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리를 알면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지리가 어떤 식으로 제약을 가하는지 알아볼까요?
Ⅲ. 땅을 확보하라
1. 적을 막아주는 가장 견고한 장벽
인류사에서 무력은 가장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국가는 타국을 점령하여 영토를 넓히며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군대가 싸움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요소에는 여럿이 있는데요. 병사의 숙련도, 지휘관의 역량 등 사람의 능력에 의한 요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리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훨씬 지배적입니다. 기후, 날씨, 보급로 형성의 용이성, 공격·방어에 유리한 지형, 전쟁비용을 충분히 생산하기 위한 비옥한 토지 등이 있죠.
그 중 굉장히 중요한 점은, 지리가 군대를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제국이라도 바다, 산맥, 사막과 같은 지리적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호령한 몽골제국도 카미카제라는 지리의 장벽에 패하여 일본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영국과 프랑스를 압도했지만, 러시아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혹한의 기후라는 장벽에 무너졌지요. 이순신은 서해의 복잡한 해안 지형을 잘 활용하여 자신의 병력의 10배가 넘는 적군을 초토화시켜 조선의 멸망을 막았습니다.
2. 전략적 깊이
굳이 산맥이나 하천 같은 특별한 천연장벽이 없더라도, 단순히 거리를 벌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독일의 러시아 침략 사례를 다시 보자면, 독일이 모스크바에 입성을 하더라도 러시아군은 시베리아쪽으로 후퇴할 곳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전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때, 자국 군대가 후퇴할 수 있는 영토가 많이 있는 경우를 책에서는 전략적 깊이가 있다고 표현하더군요. 중국이나 러시아는 영토가 넓어서 점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 같은 작은 나라는 서울 하나 딱 점령하면 땡끝이기 때문에 전략적 깊이가 얇은 셈이죠. 미국은 국토가 넓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전국민이 총을 소지하고 있으니 전략적 깊이가 오지고 지립니다. 한국 의병은 농기구를 들고 싸웠는데 미국 의병은 총을 들고 싸웁니다. ㅋㅋㅋ
3. 지리의 보호를 받고 싶은 중국
이렇듯 역사를 통해 우리는 지리가 국가의 존망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강대국들은 자국의 안보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지리적 방어벽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중국이 신장, 티베트, 북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 지역들은 적대국가가 중국의 핵심 지역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완충지역으로 작용하여 자국의 안보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티베트의 지배권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인도 때문입니다. 만약 티베트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 그것을 인도가 가져가 버린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됩니다. 인도의 군대가 중국의 동부 대도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황허강과 양쯔강의 수원이 티베트에 있습니다. 인도가 이곳을 점령하여 댐을 만들어 버린다면 식량 생산과 배를 통한 운송업에 매우매우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그래서 티베트는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참고로 양쯔강은 우한(약 1100만 명), 난징(약 850만 명), 상하이(약 2428만 명) 같은 대도시들이 포진한 아주 중요한 강입니다.
출처: 위키백과
중국이 북한을 돕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남한에는 미군기지가 여럿 존재하며,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는 굉장히 큽니다. 중국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정도 외엔 여러운 반면, 미국은 남한에 주둔한 육군을 베이징으로 보내기가 훨씬 유리합니다. 한반도와 베이징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깝습니다. 중국은 자기 목 바로 밑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죠.
4. 또 다른 측면
사실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천연장벽은 민족을 지켜주는 편리한 존재라기보다는, 애초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집단을 만들어낸 주체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인도와 중국 사이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덕분에 두 국가 사이의 충돌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히말라야 산맥이 있었기 때문에 두 국가는 인도와 중국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히말라야 산맥이 없었다면 어떤 식으로는 인도와 중국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운명을 마주하고 있겠죠. 안데스 산맥에 의해 나누어진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여러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지리가 민족을 나눈다는 사실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인이 인위로 그어놓은 국경선은 역사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나눠진 민족 경계선과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Ⅳ.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배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입니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없던 시절, 대량의 물건을 수송하는 방법은 배 외엔 없었습니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달한 현대에도 그 위상은 여전한데요. 비행기는 크기가 작아 화물 운송량의 제약이 있고, 기차는 기후와 지형의 제약을 많이 받으며 운송량도 배에 못 미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타국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맘대로 제한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면? 그는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1. 바다를 잠그는 밸브, 운하와 해협
세계 지도에는 재밌는 지점이 몇몇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지만, 무역 경로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곳입니다.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래 두 그림은 수에즈 운하인데요.
운하란,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水路)를 의미합니다. 위 그림은 수에즈 운하의 모습을 구글 어스로 찾아 확대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수에즈 운하는 바닷길을 막고 있는 땅을 뚫어버린 엄청난 건축물입니다. 왼쪽 위 가장 크게 확대된 장면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물체들이 보이시나요? 저것들이 배입니다.
그렇다면 운하가 배의 항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도를 펼쳐보면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어떤 배가 이탈리아에 있는 베네치아에서 출발해서 한국의 부산까지 가려고 합니다. 이때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할까요?
대서양쪽으로 나가서 희망봉 쪽으로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빙 돌아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거리가 엄청나게 멀겠죠. 대륙 하나를 피해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집트에 건설된 수에즈 운하가 있으니까요.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희망봉을 거쳐가는 경로보다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경로가 훨씬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운하는 항해 거리를 대폭 낮춰줘 굉장히 편리한 시설입니다만, 그만큼 이것을 보유하고 있는 자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이집트 정부가 이탈리아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 땅땅!을 시전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이탈리아 배가 한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오거나, 혹은 서쪽으로 쭉 가서 대서양을 지나 태평양을 통과하여 가야 합니다. 그럼 비용이 엄청나게 커지겠죠?
항로들을 보면 육지에 둘러싸여 유난히 바다의 폭이 좁은 지점이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바로 나갈 수 있게 뚫어놓은 수에즈 운하외에도 여럿이 보이죠? 지중해와 대서양을 오갈 수 있는 통로인 지브롤터 해협.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가운데 가느다란 허리 부분에 위치하여,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의 지름길로 이용되는 파나마 운하.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말라카 해협, 대만 해협 등등.
이 지점들은 좁아서 틀어막기는 쉬운 반면, 그것이 막혔을 때의 파급효과가 큽니다. 위에서 살펴봤듯 수에즈 운하를 막아버리면 대서양과 인도양, 즉 아시아와의 연결이 끊깁니다. 파나마 운하가 막히면 대서양과 태평양이 멀어집니다. 말라카 해협을 막으면 한중일과 중동 사이의 길이 끊깁니다.
이곳은 유사시 해협을 봉쇄하여 우호 세력만 지나가게 하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이곳에 터를 잡은 세력은 무역을 통해 큰 이익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강대국이 타국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압도하는 데 굉장히 유용하단 점입니다. 자그마한 지역을 통제하는 것만으로 거대한 대양을 봉쇄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교환비는 없겠죠. 그야말로 바다를 잠그는 밸브인 셈입니다.
강력한 해양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지구상이 존재하는 운하와 해협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둬야 합니다. 현재 이를 가장 잘 달성한 국가는 단연 미국입니다. 그리고 이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2. 해양세력이 되려고 하는 중국
거대한 바다가 자그마한 일부 지점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요즘 미국과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파나마 운하는 미국과 지리적 거리가 가까워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가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집트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요. 대만은 중국의 적국이기 때문에 대만 해협도 별로 안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만 근처 오키나와에는 초거대규모의 미군기지가 있죠. ㄷㄷ 말라카 해협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국과 대립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포진해 있는 곳입니다. 즉,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은 모든 바닷길을 잃게 됩니다.
남중국해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특히 중국에게 정말 중요한 길입니다. 이는 이곳이 중동에서 생산한 석유를 한중일에 공급하는 선박이 지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시상황이 벌어져 미국이 이 지역을 통제하면, 중국은 석유를 수입하는 중요한 루트 하나를 잃게 됩니다. 석유는 현대문명 그 자체인 만큼, 석유의 원활한 보급에 실패하면 경제에서도 전쟁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중국에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상황이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국은 자신의 생명줄을 미국이 잡고 있는 상황에 큰 불안을 느낄 겁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힘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이 생존에 직결된 문제가 됩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그렇게나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주변국의 반발이 좀 있더라도 난사군도에 군사기지 지어야 하죠, 방공식별구역 선포도 하고요, 미국 군함이 지나갈 때마다 뻐큐도 날려줘야 합니다. 이곳은 남중국해, 말 그대로 중국의 앞마당입니다. 여기서 미국을 이기지 못하면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강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
3. 미국은 개꿀, 중국은 대환장
참 이런 걸 볼수록 미국이 얼마나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을 통해 아시아를 접근할 때도,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갈 때도 장애물이 없습니다. 태평양 연안에는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가, 대서양 연안에는 뉴욕과 보스턴 같은 세계적 대도시가 널려 있죠. 바다와 국토가 만나는 길이도 엄청나게 깁니다. 위아래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가 캐나다와 멕시코 단 둘 뿐이며, 마이애미 근처에 있는 쿠바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국력의 차이는 현저합니다.
근데 중국 좀 보세요. 국경의 대부분이 내륙에 있으며, 남중국해 연안 지역을 통해 바다에 접근 가능하긴 하지만 이곳에 워낙 국가가 많아서 신경쓸 게 많죠. 게다가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러시아, 인도 같은 강대국들이며 북한 같은 통제 불능의 문제아도 있지요. 바다 건너 동쪽에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해양강국인 일본이, 남동쪽에는 적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대만이, 남쪽에는 남중국해 문제로 대치 중인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주변에 강대국이 너무 많아 한탄하겠지만, 중국 입장에선 주변에 있는 애들이 다 한 따까리 하는 애들 뿐이라 골치가 많이 아플 것 같아요. 과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요? 이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아니라 우리 한국인들에게 당장 닥친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 있게 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Ⅴ. 역사를 잊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사회에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세기 말 소련의 해체로 인해 미국 1강 체제가 완성되면서 세계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세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로 인한 전쟁,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하며 반서방파로 돌변, 중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등 여러 사건이 일어나며 세계는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어 그 운명이 바람 앞 촛불과 같습니다. 한국이 외교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순간입니다. ‘미국은 무조건 우리 편이고 일본은 정 안 가는 나쁜 놈이며 중국은 우리의 적이다’ 같은 단순한 생각으로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한국에 주어진 것이 무엇인가, 주변 강대국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는 이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록 저는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일개 대학생이기 때문에 별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한국인 사이에서 국제정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한국은 국제정세를 읽지 못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 아픈 역사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지요.
“일본은 나쁜 놈들이니 몰아내자!”, “중국은 우리 산업을 다 뺐어가고 있으니 미국에 의해 망해야 한다!” 같은 말은 역사나 뉴스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댓글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국제정세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역사를 통해 한 번 알아 볼까요? 냉전 시대, 미국은 공산주의 진영과 경쟁을 위해 일본과 서독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여 이 두 국가를 세계 2위와 3위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가 너무 커져버려 쌍둥이 적자 같은 말이 나오는 지경이 되었죠. 특히 일본과 서독이 미국의 무역 적자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련이 붕괴되자마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하여, 이용 가치가 없어진 일본과 서독을 냅다 후려쳐버렸죠. 그로 인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했고 서독은 유럽의 병자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볼까요? 만약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못 이겨 여러 국가로 쪼개져 버린다면 한국의 이용 가치는 없어집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는 지금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뺐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를 미치광이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붕괴가 단순히 희소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겨우 수십 년 전 냉전 시기에 일어났던 일들이 최근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 공부는 재밌습니다. 나와 관계없는 옛날 사람의 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와 큰 관계가 있으니까요.
혹시 역사 공부를 하려는데 지정학에 대해 읽어본 적이 없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리는 수만 년 인류 역사에서 일관되게 큰 역할을 해온, 역사의 주역이니까요.